군접도란 무엇인가 — 나비 떼로 드리는 장수 인사

군접도(群蝶圖)는 온갖 나비가 무리 지어 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나비가 주인공인 그림입니다.

군접도(群蝶圖)는 온갖 나비가 무리 지어 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나비 한두 마리를 곁들이는 다른 그림과 달리, 여기서는 나비가 주인공입니다.
나비 접(蝶)에 담긴 인사
나비가 장수를 뜻하게 된 것도 소리에서 왔습니다.
나비를 뜻하는 접(蝶)과 여든 살 노인을 가리키는 질(耋)은 한자음이 같습니다. 그래서 나비를 잔뜩 그리는 것은 오래오래 건강하시라는 인사가 되었지요. '모질(耄耋)'처럼 나이 든 어른을 이르는 말과 짝을 이루어 쓰였습니다.
이 동음도 한자음(중국어) 기준입니다. 우리말로는 '접'과 '질'이 다르게 소리 납니다. 갈대와 기러기로 만든 '노안(蘆雁→老安)'은 우리말로도 소리가 같은 드문 경우입니다.
어른의 생신이나 잔치에 이 그림을 드렸습니다. 화려하고 밝은 그림이라 잔치 자리에 잘 어울렸습니다.
도감처럼 펼쳐 보는 재미
군접도의 특징은 나비마다 날개 무늬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같은 나비를 여러 번 복사해 놓은 것이 아니라, 종마다 다른 무늬와 색을 하나하나 그렸습니다. 호랑나비·배추흰나비·부전나비가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날지요. 그래서 군접도는 감상용이면서 동시에 도감처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나비를 관찰해 그린 화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조선 후기의 남계우는 나비 그림으로 이름이 높아, 종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하게 그렸다고 전합니다. 모란과 패랭이가 피고 바위와 풀 사이로 나비가 내려앉으면 화면이 가득 찹니다.
대표 그림

이 갈래를 대표하는 소재는 나비떼입니다. 그 밖에 모란·패랭이·바위·풀·나비 같은 것들이 함께 그려집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
민화는 같은 소재를 여러 그림이 나누어 씁니다. 이 마당과 소재가 겹치는 곳들입니다.
- 화조도란 무엇인가 — 꽃과 새를 함께 그린 혼례 그림 — 「꽃새 동산」과는 모란·패랭이를 함께 씁니다.
- 닭 그림(계도) — 새벽을 부르는 수탉 — 「새벽닭 마당」과는 모란·바위를 함께 씁니다.
- 모란도란 무엇인가 — 꽃 중의 왕을 그린 그림 — 「모란 뜰」과는 나비·모란을 함께 씁니다.
같은 소재라도 어느 그림에 놓이느냐에 따라 뜻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민화를 보는 재미입니다. 한 폭만 보면 소재가 그저 장식 같지만, 여러 폭을 나란히 놓고 보면 옛사람들이 무엇을 즐겨 그렸고 무엇을 빌었는지가 드러납니다.
이 글의 그림들은 제가 만든 전연령 퍼즐 게임 「뚝딱 타일 맞추기」의 「나비 동산」 마당에 쓰인 민화입니다. 무료이고 인터넷 없이도 열립니다 — 살펴보기
발행 2026-09-23 · 최종 확인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