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화

십장생의 해 — 날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

십장생의 해 — 날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

십장생도에서 해는 화면 맨 위에 붉은 원으로 놓입니다. 해가 장수의 으뜸 상징이 된 이유는 밝기가 아니라 어김없이 돌아옴에 있습니다.

해뜨는 고개

십장생도에서 해는 화면 맨 위, 대개 오른쪽에 붉고 동그랗게 떠 있습니다. 열 가지 가운데 가장 먼저 그려지고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합니다.

왜 해가 으뜸인가

해가 장수의 상징이 된 이유는 밝기나 뜨거움이 아니라 돌아옴에 있습니다.

어제도 떴고 오늘도 떴고 내일도 뜬다는 것 — 사람이 확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지요. 옛사람들에게 장수란 오래 사는 것이면서 동시에 내일이 어김없이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는 십장생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습니다.

민화의 해는 사실적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눈부신 빛이 아니라 붉은 원 하나로 단순하게 놓입니다. 보는 사람이 곧바로 해라고 알아보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 아침의 그림

십장생도는 새해에 거는 그림이었습니다. 한 해의 첫 아침에 이 그림을 걸어 두고 가족의 건강을 빌었지요.

궁중에서는 이 풍속이 제도로 갖춰져 있었습니다.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그림을 섣달 20일 무렵 임금에게 올리면, 임금이 등급을 매겨 종실과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중종 연간에는 신하 한 사람에게 20장씩 하사할 정도로 양이 많았고, 십장생도는 이때 가장 즐겨 쓰인 소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렇게 연초에 주고받던 그림을 세화(歲畵)라 부릅니다. 지금의 연하장과 비슷한 자리였던 셈입니다.

해가 화면 맨 위에 놓인 것도 이 쓰임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림을 벽에 걸면 해가 가장 높은 곳에서 방을 내려다보게 되니까요.

대표 그림

해

십장생도에서 해는 산과 물이 자리를 잡기 전에 먼저 떠오릅니다. 하루가 시작되어야 나머지가 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

십장생은 서로 짝을 지어 그려질 때가 많습니다. 이어서 읽으면 좋은 글들입니다.

  • 십장생의 구름 — 오색으로 피어오르는 상서로움 — 해 바로 곁에 놓여 아침 하늘을 이룹니다.
  • 십장생도란 무엇인가 — 열 가지를 한 폭에 모은 그림 — 해가 왜 맨 위에 놓이는지 전체 구도에서 보입니다.
  • 매화도란 무엇인가 — 눈이 녹기 전에 먼저 피는 꽃 — 세화(歲畵)로 함께 쓰인 새해 그림입니다.

같은 소재라도 어느 그림에 놓이느냐에 따라 뜻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민화를 보는 재미입니다. 한 폭만 보면 소재가 그저 장식 같지만, 여러 폭을 나란히 놓고 보면 옛사람들이 무엇을 즐겨 그렸고 무엇을 빌었는지가 드러납니다.


이 글의 그림들은 제가 만든 전연령 퍼즐 게임 「뚝딱 타일 맞추기」의 시작 화면 십장생도에 쓰인 그림입니다. 무료이고 인터넷 없이도 열립니다 — 살펴보기

발행 2026-08-20 · 최종 확인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