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철학 에세이

문장을 고치는 세 가지 규칙 — 예고 문장, 홀로 선 단위명사, 세는 말과 추상명사

어색한 문장 하나에서 멈춰 이유를 적었더니 같은 이유로 걸리는 문장이 원고에 서른 곳 가까이 있었습니다. 문장을 고친 세 가지 규칙과, 찾고 고친 방법을 기록했습니다.

한 문장에서 멈췄습니다

저는 니체와 기독교를 다룬 책을 쓰고 있습니다. 원고를 다시 읽다가 이 문장에서 멈췄습니다.

이날 편지가 그 가운데 신학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통이다.

틀린 데는 없어 보이는데 읽을 때마다 걸렸습니다. 왜 걸리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으면 고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고치기 전에 이유부터 적기로 했습니다. 이유를 적고 나니 같은 이유로 걸리는 문장이 원고 곳곳에 있었고, 하루가 끝났을 때 세 유형에 서른 곳 가까이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세 유형과, 그것을 찾고 고친 방법의 기록입니다.

1. 예고 문장: "먼저 풀어 둔다"

첫 유형은 고치기 전에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원고에는 어려운 인용 뒤에 이런 문장이 자주 있었습니다.

편지에도 풀이가 필요한 말이 둘 있다. 먼저 풀어 둔다.

그 뒤에 번호 목록으로 낱말 둘을 풀고, 다시 본문으로 돌아갑니다. 쓸 때는 친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읽으니 두 가지가 문제였습니다.

첫째, 이 책은 교양서입니다. 풀이는 어차피 본문에 다 들어갑니다. 풀이가 온다고 미리 알리는 문장은 독자에게 아무 정보도 주지 않고, 글쓴이가 지금 무엇을 하는 중인지만 알립니다. 독자는 글쓴이의 작업 일지를 읽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둘째, 예고 문장은 번호 목록을 끌고 옵니다. 목록은 낱말 풀이를 본문에서 떼어 내 사전 항목처럼 만듭니다. 그러면 풀이가 끝난 뒤 본문으로 돌아올 때 이음새가 하나 더 필요합니다.

고치는 법은 단순했습니다. 예고 문장을 지우고, 목록을 산문으로 바꿔 앞뒤 문단에 붙입니다. 예를 들어 "여기도 풀이가 필요한 말이 둘 있다"와 목록 두 항은 앞 문단 끝의 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성숙해진 세계란 후견인 없이 스스로 결정하는 어른이 된 세계라는 뜻이고, 변증이란 신앙을 바깥의 비판에 맞서 변호하는 신학의 일이다.

같은 꼴은 열세 곳이었습니다. "풀이가 필요하다. 풀면 이렇다", "세 단계로 풀어 본다", "어려운 문장이라 풀이가 필요하다"가 모두 같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용 앞에 붙은 "그는 이렇게 쓴다"도 같은 종류라 지웠습니다. 다만 "어디에 이르렀는지를 그는 이렇게 쓴다"처럼 앞말을 받는 서술어로 쓰인 것은 두었습니다. 지우면 앞말이 걸릴 곳을 잃기 때문입니다.

2. 홀로 선 단위명사: "첫 통이다"

처음 멈췄던 문장으로 돌아갑니다.

이날 편지가 그 가운데 신학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통이다.

어색한 이유는 넷이었습니다.

  1. '통'은 세는 말이지 이름이 아닙니다. "편지 한 통, 두 통"처럼 수사 뒤에 붙어야 제 노릇을 합니다. "편지가 통이다"는 "사과가 개다"와 같은 구조입니다. '첫 잔', '첫 끼'처럼 단위명사가 명사로 굳은 경우도 있지만 '통'은 거기까지 가지 못했고, 홀로 서면 물통의 '통'으로도 읽힙니다.

  2. '시작하는'과 '첫'이 같은 뜻을 두 번 말합니다. 신학 이야기를 시작하는 편지는 당연히 첫 편지입니다.

  3. 긴 수식어 뒤에 한 글자 핵이 옵니다. "그 가운데 신학 이야기를 시작하는"이 '통' 한 글자에 걸려서 문장이 끝에서 꺼집니다.

  4. '편지' 반복을 피하려다 생긴 문제입니다. 앞 절에 "감옥에서 쓴 편지들은"이 있고 이 절의 주어도 "이날 편지가"라서, 서술어에서 '편지'를 세 번 쓰지 않으려고 '통'을 남긴 것입니다. 반복을 피하려면 낱말을 바꿀 것이 아니라 문장을 나눠야 했습니다.

그래서 두 문장으로 나눴습니다.

감옥에서 쓴 편지들은 뒤에 『저항과 복종』이라는 책으로 묶여 나온다. 신학 이야기는 이날 편지에서 시작된다.

'첫'도 '통'도 '그 가운데'도 사라졌고, '편지'는 문장마다 한 번씩만 나옵니다.

3. 세는 말과 추상명사: "한 물음이 더 있다"

셋째 유형은 고치는 과정에서 두 번 틀리고 나서야 보였습니다.

원고에 "광인의 이야기에는 한 물음이 더 있다"가 있었습니다. 어색해서 "한가지 물음이 더 있다"로 바꾸려 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는 붙여 쓰면 '서로 같은 종류'라는 다른 낱말입니다. 수량이면 '한 가지'로 띄어야 하고, '가지'는 종류를 세는 말이라 앞의 물음들과 종류가 다르다는 느낌이 끼어듭니다.

그래서 "물음이 하나 더 있다"를 생각했습니다. 수사를 명사 뒤로 보내는 한국어 어순이고 띄어쓰기 문제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어색했습니다. 왜 그런지 적어 보니 네 가지였습니다.

  1. '있다'가 물음을 물건으로 만듭니다. "이야기에 물음이 있다"는 상자에 사과가 있다는 존재 구문입니다. 물음은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던지는 것이라서 어울리는 동사는 '묻다'입니다.

  2. '더'의 기준점이 멉니다. 바로 앞 문단은 다른 절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앞선 물음들이 여러 문단 전에 있어서 독자는 무엇에 '더'인지 되짚어야 합니다.

  3. 주어가 '이야기'라 묻는 사람이 숨습니다. 다음 문장은 광인이 묻는 말입니다. 주어를 광인으로 두면 바로 이어집니다.

  4. 센 수가 헛돕니다. '하나'를 세면 독자는 목록을 기대하는데, 뒤에는 물음 하나가 오고 곧 다른 장으로 넘깁니다.

고친 문장은 이렇습니다.

광인은 하나를 더 묻는다.

"하나만 더 묻겠다"처럼 '묻다'와 붙은 '하나 더'는 자연스러운 말투이고, 주어가 광인이라 앞 절에서 돌아왔음이 한 낱말로 표시됩니다.

여기까지는 문장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어색한 이유를 네 줄로 적고 나니, 같은 이유로 어색할 문장의 꼴이 정해졌습니다. 수 관형사가 추상명사에 바로 붙은 것('한 물음', '세 물음'), 추상명사를 수사와 '있다'로 센 것('답이 넷 있다'), 수사 홀로 '있다'에 붙은 것('하나가 더 있다'). 꼴이 정해지면 기계로 찾을 수 있습니다.

정규식으로 원고 전체를 훑으니 후보가 쉰 곳 넘게 나왔습니다. 그중 실제로 고친 것은 열네 곳입니다. 나머지는 같은 꼴이지만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가르는 기준은 이랬습니다.

고친 것둔 것
"세 물음이 있었다" → "이 장의 물음은 셋이었다""망치에는 두 뜻이 있는데" (낱말의 뜻은 '있다'가 맞음)
"네 답이 있었다" → "답은 넷이었다""앞의 두 고발은" (바로 앞에 나열한 것을 되받음)
"여기에 본회퍼의 응답이 있다" → "본회퍼는 여기에 응답한다""한 민족을 이끌던 신" (구체명사, 여럿 중 하나)
"이유가 셋 있다" → "이유는 셋이다" (원고의 다른 곳과 통일)"에라스뮈스에게 한 대답" ('한'이 동사 '하다')

같은 꼴이라도 '뜻', '근거', '차이'처럼 '있다'와 붙는 것이 본래 자연스러운 명사는 두었습니다. 물음과 답과 응답처럼 누군가의 행위인 명사만 동사를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역설이 하나 더 있다"가 책에 세 번 나온다는 것도 이때 알았습니다. 어색한 문장은 아니지만 같은 틀이 한 장 안에 두 번 겹쳐서 하나를 "역설은 또 있다"로 바꿨습니다.

4. 방법

저는 프로그래머라서 원고도 코드처럼 다룹니다. 그날의 작업 순서는 모든 곳에서 같았습니다.

  1. 어색한 이유를 먼저 적습니다. 이유가 없으면 고친 문장이 왜 나은지 설명할 수 없고, 같은 꼴을 찾을 수도 없습니다. 분석은 AI 세션에 시켰고, 분석이 맞는지와 어느 안으로 갈지는 제가 정했습니다. 기계가 수색하고 사람이 판정합니다.

  2. 고치기 전에 백업하고 MD5를 남깁니다. 파일 이름에 무엇을 고치기 전인지와 날짜를 넣습니다.

  3. 옛 문장이 정확히 한 번 있는지 확인한 뒤 바꿉니다. 파이썬 다섯 줄입니다.

    s = open(path, encoding="utf-8").read()
    assert s.count(old) == 1, s.count(old)
    open(path, "w", encoding="utf-8").write(s.replace(old, new))

    0이면 문장을 잘못 옮겨 적은 것이고, 2 이상이면 다른 곳까지 바뀔 뻔한 것입니다. 둘 다 멈춰야 합니다.

  4. 고친 뒤 셀 수 있는 것을 셉니다. 읽기용 HTML을 다시 만들면 목차와 미주 수가 나옵니다. 미주 수가 변하면 본문 수정이 각주를 건드린 것입니다. 본문 글자 수도 전후를 비교합니다. 그날 1장은 31,864자에서 31,579자로 줄었습니다.

  5. 작업 일지에 번호를 붙여 적고 커밋합니다. 질문, 한 일, 결과, 백업 경로. 다음 세션이 이 번호만 보고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순서는 느립니다. 문장 하나에 백업 하나가 생깁니다. 그러나 원고가 열 장을 넘기면 어느 문장을 언제 왜 바꿨는지 기억으로는 감당이 안 됩니다. 느린 쪽이 결국 빠릅니다.

5. 세 규칙

하루를 정리하면 규칙 세 줄입니다.

  1. 풀이가 온다고 알리지 말고 풀이를 쓴다. 예고 문장은 독자가 아니라 글쓴이를 위한 문장입니다.

  2. 세는 말은 세는 자리에만 둔다. 단위명사는 수사 뒤에, 수사는 서술어 자리에 둡니다. "첫 통이다"와 "세 물음이 있었다"는 둘 다 세는 말을 이름 자리에 둔 것입니다.

  3. 행위인 명사는 동사를 돌려준다. 물음은 묻고, 응답은 응답하고, 고발은 고발합니다. '있다'에 맡기면 주어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규칙보다 앞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색하다고 느꼈으면 왜 어색한지 적는 것입니다. 적지 않으면 그 문장 하나만 고치고 끝납니다. 적으면 책 전체에서 같은 문장이 걸려 나옵니다.


발행 2026-10-11 · 최종 수정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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