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책가도)란 무엇인가 — 조선의 서재를 통째로 그린 그림

책거리는 책과 문방구를 그린 조선 후기의 그림입니다. 책가도라고도 부르며, 궁중에서 시작해 민가로 퍼진 드문 경우에 속합니다.

책거리는 책과 문방구를 그린 조선 후기의 그림입니다. 책가도(冊架圖)라고도 부르며, 궁중에서 시작해 민가로 퍼진 드문 경우에 속합니다.
서가를 통째로 옮겨 놓다
책거리의 화면은 대개 층층이 쌓인 책더미로 채워집니다. 책장을 통째로 정면에서 바라본 구도이지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책과 책 사이, 선반 구석마다 주인이 아끼는 물건이 하나씩 끼워져 있습니다.
이 그림이 인기를 끈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그려 넣느냐로 주인의 취향을 자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책거리라도 집집마다 내용물이 달랐습니다.
이 그림을 가장 아낀 이는 왕이었습니다. 정조는 1783년 규장각에 자비대령화원 제도를 두고 화원들에게 책가도를 그리게 했고, 그 그림을 자기 자리 뒤에 병풍으로 세워 두었습니다. 책 읽을 겨를이 없을 때 이 그림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고 합니다. 궁중에서 시작된 그림이 민가로 퍼진 것은 이 때문입니다.
물건마다 뜻이 있다
붓과 벼루와 연적은 학문을 뜻합니다. 청화백자와 부채는 멋과 여유를, 수박과 석류는 씨가 많은 열매라 넉넉한 살림을 뜻하지요. 인장은 이름을 남기는 일, 두루마리는 아직 펴지 않은 뜻입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안경과 자명종입니다. 둘 다 그 시절 막 들어온 신문물이라 아주 귀했습니다. 화가들은 이것을 일부러 눈에 잘 띄는 자리에 그렸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새로 나온 물건을 책상 위에 올려 두고 찍은 사진과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대표 그림

이 갈래를 대표하는 소재는 책더미입니다. 그 밖에 붓·벼루·연적·청화백자·안경·자명종·두루마리·수박·석류·인장·부채 같은 것들이 함께 그려집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
민화는 같은 소재를 여러 그림이 나누어 씁니다. 이 마당과 소재가 겹치는 곳들입니다.
- 석류 그림 — 껍질을 벌리면 붉은 알이 가득 — 「석류 뜰」과는 석류를 함께 씁니다.
- 수박과 참외 그림 — 여름 밭의 넉넉함 — 「넝쿨 밭」과는 수박을 함께 씁니다.
- 문자도 「효(孝)」 — 글자 안에 이야기를 숨긴 그림 — 「효 서당」과는 부채를 함께 씁니다.
- 대나무 그림 — 속이 비어 있어 부러지지 않는다 — 「대숲 길」과는 죽순을 함께 씁니다.
같은 소재라도 어느 그림에 놓이느냐에 따라 뜻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민화를 보는 재미입니다. 한 폭만 보면 소재가 그저 장식 같지만, 여러 폭을 나란히 놓고 보면 옛사람들이 무엇을 즐겨 그렸고 무엇을 빌었는지가 드러납니다.
이 글의 그림들은 제가 만든 전연령 퍼즐 게임 「뚝딱 타일 맞추기」의 「책거리 사랑방」 마당에 쓰인 민화입니다. 무료이고 인터넷 없이도 열립니다 — 살펴보기
발행 2026-08-22 · 최종 확인 2026-08-22